예술의 모든 것을 참조하세요. CC NOW CC ME! “우리가 가치 있게 여기는 것은 결과보다 과정에서 발견되는 새로운 시각입니다. 소재와 기술, 문화가 만날 때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으니까요.”
—일본 제조 회사 이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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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호에서 한국 디자이너 구오듀오(KUO DUO)는 “제작에 대한 장인들의 즐거움과 도전 정신을 되살리고 싶다”는 이탈(EETAL)의 신념에 깊이 공감했다고 이야기했죠. 디자인과 제조를 따로 보지 않고, 기획부터 제작까지 끊임없이 대화를 이어가며 완성한 작업에 대한 존중이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의 협업이 단순히 좋은 결과물을 만드는 데서 끝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온라인으로만 소통하던 두 팀은 처음 만난 자리에서 마치 오래된 친구를 만난 것 같은 친밀함을 느꼈다고 하더군요. 서로 다른 문화와 역할을 가졌지만,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이탈은 이 협업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요?
CC NOW 스물아홉 번째 이야기에서는 이탈이 말하는 기술과 장인 정신, 그리고 협업의 감각을 들어봅니다.
from 더레퍼런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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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KOU' 컬렉션의 제조 과정. ⓒ Seiichiio Nakashima
일본 도쿄의 SKWAT에서 열린 전시 《HIKOU》에 이어 서울의 《HIKOU》까지 여정을 구오듀오와 함께했네요. 양국에서 전시를 개최한 소감이 어떤가요?도쿄와 서울에서 열린 전시는 규모와 환경의 성격이 크게 달랐어요. 상반된 환경 속에서도 ‘제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진정성 있게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추어, 각 공간에 가장 적합한 방식으로 전시를 구성했어요. 이같은 접근으로 프로젝트의 의미와 그 의도를 관람객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전시 관람자들의 반응이 좋았고, 프로젝트들을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정밀 판금 가공 회사 베넥스(BENEX)에서 디자이너들과의 협업 프로젝트를 수행할 목적으로 시작했다고요. 어떤 계기로 예술적 실험에 동참하게 되었는지 궁금해요. 자회사가 가진 기술력에 어떠한 인력과 장비를 재편해 꾸린 프로젝트 팀인지도 소개 부탁드려요
창립 이래 70여 년간 사회 인프라를 지탱하는 필수 부품을 생산해 왔습니다. 높은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오늘날 금속 가공 산업은 비용 효율성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어요. 그 과정에서 소재가 가진 아름다움이나 공간과 맺는 감성적 관계는 간과되곤 하죠. 동시에 일본에서는 숙련된 금속 장인의 수가 빠르게 감소하고 있습니다. 젊은 세대가 제조업을 선택하는 비율도 낮아지고 있고요. 우리는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어요. 금속 가공의 가능성을 보다 넓게 보여주고, 제조의 매력을 다음 세대에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이탈은 베테랑 장인과 젊은 제작자들로 구성된 전담 프로젝트 팀입니다. 기술을 보존하는 것을 넘어, 새로운 표현을 통해 기술의 미래를 만들어 가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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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70년에 걸친 판금 가공 기술을 보유한 베넥스. ⓒ Azusa Shigenobu
지금까지 협업한 디자이너들의 제품을 판매하는 웹사이트도 운영하고 있네요. 기술을 활용한 일련의 제작 공정부터 판매∙유통까지 맡고 있는 이 방식은 제작자이자 생산자로서의 역할로 산업을 선점하는 새로운 구조일까요?
업력 동안 외부 하청에 크게 의존하지 않고 제조 공정의 거의 모든 단계를 자체적으로 해결해 왔어요. 그만큼 우리가 만든 제품은 우리의 손을 통해 소비자와 사회에 전달되어야 한다는 책임감과 강한 신념을 갖고 있습니다. 기술의 발전으로 온라인에서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다양한 플랫폼이 마련된 지금, 그 기회를 적극 활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해요.
구오듀오와의 작업은 어떻게 진행되었나요? 1년 반에 이르는 개발 기간을 거쳐 완성된 결과물을 내기까지 많은 프로토타입을 만들었을 거라 짐작해요. 알루미늄의 절단, 절곡, 용접, 컬러 마감, 조립에 이르는 생산 과정에 들인 이탈의 핵심 기술에 대해 자세히 듣고 싶습니다. 구오듀오는 가구, 공간, 제품 디자인을 넘나드는, 교차적인 방식으로 작업해요. 여기에 유연함과 유희성을 더해 디테일에 집중하는 집념을 갖고 있어요. 그렇게 탄생하는 이들의 디자인을 재현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모든 공정에서 요구되는 정밀도를 갖추려면 120%의 노력이 필요했죠. 참여한 구성원과 장인 한 사람 한 사람 모두 그 정교한 디테일을 구현하기 위해 각자의 기술을 최대치로 끌어올려야 했어요. 우리의 강점은 벤딩이나 용접 같은 기술 자체보다, 그것을 어떻게 구현할지 끝까지 고민하는 데 있어요. 어떤 방식으로 구현할 수 있는지를 끝까지 고민하는 ‘사고의 기술’, 지식적 장인 정신 또한 중요한 강점이에요. 수작업 기술과 문제 해결 능력이야말로 우리의 제조 수준을 지탱하는 탄탄한 기반이라고 생각합니다.
구오듀오의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데 있어 색과 질감 구현, 굽힙의 각도 등 신경써야 할 게 많았을 것 같은데요. 가장 어려웠던 공정이 무엇이었는지, 또 어떻게 소통해서 해결했는지 궁금해요.
가장 큰 과제는 컬렉션의 핵심 디자인을 이루는 부드러운 곡선을 구현하는 작업이었어요. 알루미늄은 단단하고 가공이 어려운 소재죠. 특히 의자의 등받이와 팔걸이, 테이블의 기초 부분을 만들 때는 밀리미터 단위의 정밀한 벤딩 작업이 필요했어요. 이러한 수준의 정확도를 이루려면 수많은 시제품을 제작하고 보완과 개선을 반복해야 했어요.
구오듀오는 장인 기술자를 존중할 줄 아는 팀이에요. 아이디어를 일방적으로 강요하지도 않고요. 대신 작업 현장에서의 지식과 기술을 진지하게 이해하려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그 토대 위에 자신들의 디자인을 섬세하게 더해 나갔어요. 진정한 ‘협업’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는 과정이었어요. 결국 판금이 지닌 정밀함과 강도에 구오듀오의 유희성이 더해지면서 이전에는 접하지 못한 새로운 감각이 표현되었어요. 디자이너와 장인, 그것도 국경을 초월한 팀이 서로 동등한 입장에서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은 아직도 인상적으로 남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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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들과 구오듀오가 협업하는 모습. ⓒ Seiichiio Nakashima
기능성과 실용성, 미학을 결합한 이번 작업은 이탈이 공학 기술을 넘어 디자인의 영역까지 확장되었음을 말해 줍니다. 그렇다면 이탈이 지향하는 디자인 철학이 있을까요?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은 판금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구하는 데 있었습니다. 우리는 언제나 "판금으로 무엇을 만들 것인가"보다 "판금으로 무엇을 표현하고 싶은가"를 먼저 묻습니다. 그 과정에서 결과물이 가구가 되든, 오브제가 되든, 혹은 실험 단계에 머물든 크게 중요하지 않아요. 우리가 가치 있게 여기는 것은 결과보다 과정에서 발견되는 새로운 시각입니다. 소재와 기술, 문화가 만날 때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으니까요.
디자이너와의 협업은 어떤 방향으로 기획해 제안하는 편인가요?
우리는 표현에 대한 강한 열정을 가진 크리에이터들과 협업해 왔습니다. 다만 "이것을 만들어 달라"는 방식으로 접근한 적은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궁극적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이해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그 출발점 위에서 기술적 가능성을 제안하고, 함께 프로젝트를 발전시켜 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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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기반 디자이너 시인 시인(Siin Siin)과 공동 개발한 'Klon Klon'. ⓒ Mitsuo Sum
한국의 디자이너와의 첫 번째 협업이었죠? 일본에서는 물론이고 그만큼 이탈의 전문성을 입증하고 있다는 뜻일 것 같아요. 앞으로 이어 가고 싶은 협업 방향이 있을까요?
현재 미국 기반의 디자인 팀 리첸(LICHEN)을 비롯해 중국의 여러 재능 있는 디자이너들과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요. 올해 6월에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리는 스리데이즈오브디자인(3daysofdesign)에서 지금까지 선보인 전체 컬렉션을 모아 공개할 예정이에요.
앞으로는 일본을 넘어 더 다양한 국가의 디자이너들과 협업하며, 우리의 기술과 장인 정신이 동시대 디자인 안에서 어떻게 확장될 수 있는지 계속 실험해 나가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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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eference Note
- 이탈은 장인 정신을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지를 끝까지 고민하는 사고의 기술"이라고 말합니다.
- 《HIKOU》는 디자이너와 제작자가 서로의 영역을 존중하며 만들어낸 결과물이었습니다. 어쩌면 이 프로젝트의 진짜 주인공은 가구가 아니라 협업 그 자체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 다음 호에서는 스몰 컬렉터 이성주의 세 번째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주머니 속 컬렉션을 상상하는 일상 속 작은 선택들이 어떻게 한 사람의 취향과 세계를 만들어 가는지 살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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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는 어떤 의미인가요?
‘참조하라’는 뜻의 더레퍼런스 뉴스레터 약자입니다
아티스트처럼 세상을 발견하고 탐색하고 공유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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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레퍼런스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24길 44, 2F T. 070-4150-3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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