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모든 것을 참조하세요. CC NOW CC ME! “숙련됨이란 실수를 하지 않는 것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것입니다.”
—콜로타입 인쇄 회사 벤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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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레퍼런스 뉴스레터 AUGUST 22, 20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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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사진을 인쇄해도 아침과 오후의 결과물이 달라지는 인쇄 방식이 있습니다. 날씨와 습도에 아주 민감한 인쇄술, 콜로타입(Collotype)의 이야기인데요.
하지만 변수를 줄이고 효율을 추구하는 오늘날, 미세한 환경 변화에도 영향을 받는 콜로타입은 차츰 자취를 감추고 있습니다. 1887년 문을 연 벤리도(Benrido)는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140년 동안 콜로타입의 명맥을 이어온 귀중한 공방이죠. 재료와 ‘대화’한다고 말하는 그들은 어떻게 긴긴 세월을 견뎌냈을까요?
전 세계에 몇 남지 않은 콜로타입 공방.
더레퍼런스가 스즈키 타쿠미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From 더레퍼런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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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벤리도의 콜로타입 ① 날씨를 읽고 인쇄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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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리도와 콜로타입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교토에서 창업한 벤리도는 처음부터 콜로타입 회사는 아니었어요. 서점으로 시작해 이후 출판업으로 전환했죠. 당시 일본은 급속한 근대화가 진행되고 있어서, 새로운 지식과 정보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었습니다. 벤리도는 책과 잡지를 통해 문화와 사상을 전달하는 역할을 맡았어요.
이후 민간 엽서 제작이 합법화되고 전국적으로 그림엽서 붐이 일면서 벤리도도 전환점을 맞았습니다. 그 전까지 인쇄 업무는 외주로 돌렸지만, 이때를 기점으로 자체 생산을 위한 콜로타입 공방을 설립했죠. 당시 콜로타입은 사진의 계조, 즉 미세한 명암 차이까지 정교하게 살려내는 가장 앞선 기술 중 하나였습니다.
벤리도가 콜로타입을 선택한 이유는 기술 자체보다도, 예술과 문화를 보다 정확하고 섬세하게 전달할 수 있는 수단이었기 때문이에요. 벤리도는 140년 동안 다양한 기술을 받아들이고 활용해 왔습니다. 이 오랜 시간 동안 우리의 근본적인 역할은 ‘문화를 기록하고, 타인에게 전달하며, 미래를 위해 보존하는 것’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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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 열기로 가득한 벤리도 공방. ©️Benrido Inc.
벤리도가 호류지 금당 벽화를 촬영한 뒤, 그 유리 사진판이 국가 중요문화재로 지정되기도 했어요. 작품을 재현하기 위한 기록이 문화유산이 된 셈인데요. 이러한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우리는 문화유산을 보존하는 쪽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호류지(法隆寺) 금당 벽화가 화재로 심각하게 훼손된 이후, 이전부터 보존해 온 유리 사진판의 역사적 의미를 더 커졌어요. 소실 이전의 벽화의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기 때문이죠. 미래를 위한 기록으로 촬영된 기록 자체가 결과적으로 문화유산이 되었습니다. 그때 우리는 관계가 역전된 느낌을 받았어요. 복제와 기록의 본질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죠.
복제는 원본의 단순한 대체물이 아닙니다. 문화유산을 미래로 이어나가는 행위입니다. 하나의 목적으로 만들어진 기록이 그 자체로 대체 불가능한 존재가 되었으니까요. 호류지 유리 사진판은 그런 의미에서 우리에게 매우 상징적입니다. 문화를 기록하는 일에 대한 책임감, 그리고 그 기록이 지닐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동시에 담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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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벤리도가 촬영한 호류지 금당 벽화. (우)호류지 금당 벽화 콜로타입 작업 현장. ©️Benrido Inc.
젤라틴 원판의 특성상 콜로타입 인쇄는 원판당 수백 장밖에 찍을 수 없고, 날씨와 습도에도 민감합니다. 통제할 수 없는 요소가 존재하는 기술을 다루는 장인으로서,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시나요?
저는 콜로타입을 통제의 기술이 아니라 ‘대화의 기술’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온도부터 습도, 잉크의 상태, 종이의 특성을 최대한 세심하게 관리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경험을 쌓아도 모든 요소를 완전히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해요. 젤라틴 원판은 때로 살아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같은 원판이라도 그날의 날씨에 따라 다르게 반응하고, 종이와 잉크도 언제나 일정하지 않으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핵심은 재료를 억지로 통제하려는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상태를 읽어내는 데 있습니다. 오늘 원판은 무엇을 필요로 하는가, 종이는 어떻게 반응하고 있는가.
인쇄공은 이러한 것들을 세밀하게 관찰하고, 가장 적절한 방법을 찾아나가야 합니다. 현대의 많은 기술은 변수를 제거하는 방향으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반면 콜로타입은 변수와 함께 작업해야 하는 공정이에요. 그것이 콜로타입의 어려움이자 매력이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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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로타입의 제작 과정. ©️Masahisa Fukase, Benrido Inc.
콜로타입으로 인쇄 한 장을 완성하는 데 가장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단계는 무엇인가요?
순수하게 시간만을 기준으로 둔다면, 원판 준비와 제판 과정입니다. 그러나 제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단계는 인쇄 그 자체예요.
콜로타입에서 결과물은 잉크의 양과 상태, 롤러의 상태, 종이에 가해지는 압력 등 수많은 요소의 영향을 받습니다. 이러한 조건은 하루 중에도 변할 수 있죠. 숙련됨이란 단순히 올바른 절차를 아는 것이 아닙니다. 원판, 종이, 잉크의 상태를 관찰하고, 그 변화에 맞춰 적절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능력입니다. 같은 작품을 인쇄하더라도 아침과 오후에 다르게 작업해야 할 가능성도 있어요. 온도와 습도가 변하면 원판의 반응도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숙련됨이란 실수를 하지 않는 것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것입니다. 오랜 경험을 통해 길러지는 것은 기술만이 아니라, 재료와 지속적으로 대화할 수 있는 능력이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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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로타입 인쇄를 위해 원판에 개어 둔 잉크. ©️Benrido Inc.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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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eference Note
- 재료를 억지로 통제하려 하지 않고, 변화하는 상태를 읽어내는 것. 벤리도가 말하는 숙련됨은 기술을 완벽히 익히는 것이 아니라 재료와 계속해서 대화할 수 있는 능력에 가깝습니다.
- 호류지 금당 벽화를 담은 유리 사진판이 훗날 국가 중요문화재가 된 이야기는, 기록이란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복제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 원본을 대신하는 유산이 되었으니까요.
- 다음 호에서는 사진가의 의도를 콜로타입으로 ‘번역’하는 일, 그리고 가르칠 수 있는 것과 가르칠 수 없는 것 사이에서 기술을 전승한다는 것의 의미를 벤리도와 함께 이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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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는 어떤 의미인가요?
‘참조하라’는 뜻의 더레퍼런스 뉴스레터 약자입니다
아티스트처럼 세상을 발견하고 탐색하고 공유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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