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모든 것을 참조하세요. CC NOW CC ME! 벤리도의 콜로타입 공정. ©Benrido Inc.
“기술은 배울 수 있지만 그 기술을 언제, 어떻게 써야 할지 감지하는 감수성은 경험을 통해서만 길러집니다.”
—콜로타입 인쇄 회사 벤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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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레퍼런스 뉴스레터 SEPTEMBER 5, 20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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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로타입(Collotype)의 멸종 위기. 전 세계를 통틀어, 콜로타입 인쇄의 명맥을 잇는 공방은 손에 꼽을 정도예요. 그중 140년 역사를 지닌 벤리도(Benrido)는 매년 콜로타입 아카데미를 통해 후진 양성에 힘쓰고 있죠. 그러나 그들은 가르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의 경계가 명확하다고 말하는데요.
그들에게 인쇄란 단순한 복제가 아닌 '번역'에 가깝습니다. 단어의 사전적 정의를 옮기는 것과 문화적 맥락을 포착하는 번역 사이에 차이가 있는 것처럼요. 벤리도는 단순히 재현에 그치지 않고, 언제나 사진가의 진정한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죠.
그런 그들이 말하는 가르칠 수 없는 일이란 무엇일까요? 더 나아가 살아남는 기술과 사라지는 기술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더레퍼런스가 벤리도에게 물었습니다.
From 더레퍼런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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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리도의 콜로타입 ② 배우는 기술, 익히는 감수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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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주최하시는 국제 사진 공모전 하리반 어워드를 통해 전 세계 사진가들이 벤리도를 찾아옵니다. 사진가의 의도를 콜로타입으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인쇄공으로서 가장 어려운 판단은 무엇인가요?
사진가마다 작품에 담긴 의도가 다릅니다. 빛을 강조하고 싶은 작가가 있는가 하면, 그림자 속 어둠의 깊이와 밀도에 집중하는 작가도 있죠. 자신이 예상하지 못한 표현 효과를 기대하는 작가도 있고요.
우리의 역할은 단순히 원본 이미지를 충실하게 재현하는 것이 아닙니다. 작품에서 진정으로 본질적인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 특질을 콜로타입이라는 매체 안에서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해요. 성공적인 콜로타입 인쇄물은 원본 이미지의 정확한 복제가 아니라, 작품의 본질을 다른 언어로 다시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가장 어려운 판단은 무엇을 재현할지가 아니라, 무엇을 전달해야 하는지를 분별하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작가와의 대화가 필수적예요. 동시에 인쇄공 스스로가 작품에 대해 갖는 감수성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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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로타입의 검수 과정 ©Benrido Inc.
2017년부터는 콜로타입 아카데미를 시작하셨어요. 기술을 전승한다는 맥락에서, 가르칠 수 있는 것과 가르칠 수 없는 것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콜로타입 아카데미를 시작한 이후, 기술이란 실제로 무엇인가에 대해 전보다 깊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콜로타입에는 지식이나 절차로 가르칠 수 있는 부분이 많아요. 원판을 준비하는 방법, 잉크를 다루는 방법, 종이를 선택하는 방법 등은 충분한 시간을 들이면 배울 수 있으며, 저희도 최대한 체계적으로 전달하려 노력합니다.
하지만 직접적으로 가르칠 수 없는 것도 있습니다. 그날의 온도와 습도에 따라 원판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가, 잉크의 상태는 어떠한가, 인쇄의 적기는 언제인가. 이러한 판단은 외워서 익히는 것이 아니라, 재료와 오랜 시간 대화하며 몸으로 체득하는 것이죠.
기술은 가르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기술을 언제, 어떻게 써야 하는지 감지하는 감수성은 결국 본인의 경험을 통해서만 길러져요. 저희가 전하고자 하는 것은 기술 자체만이 아니라, 재료와 관계 맺는 이 특별한 방식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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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로타입 아카데미의 실습 전경. ©Antony Cairns, Benrido Inc.
벤리도가 만들어 온 수많은 작업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는 무엇인가요?
벤리도의 140년 역사를 돌아보면, 중요하고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가 수없이 많습니다. 그러나 사진 작업 중 하나를 꼽는다면, 2004년에 제작한 모리무라 야스마사(森村 泰昌)의 《베르메르 연구(Vermeer Study)》 콜로타입 에디션입니다.
모리무라는 사진을 창작의 수단으로 삼는 작가입니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에서 그가 원한 것은 일반적인 사진 인화물이 아니라, 베르메르의 원작에 비견할 만한 회화의 질감을 표현할 수 있는 기술이었어요. 원작 회화의 액자 형식과 대조적으로, 일본 족자 형태로 선보이고 싶다는 아이디어도 있었고요. 이 구상을 실현하는 매체로 콜로타입이 선택되었죠.
당시 저희는 콜로타입의 디지털화 작업을 막 시작한 단계였고, 여전히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고 있었어요. 콜로타입을 단순한 복제 기술이 아니라, 작가와 함께 작품을 창조하는 표현 매체로 활용하기 시작한 단계였고요. 《베르메르 연구》 제작은 디지털 콜로타입을 실제 작품 창작에 적용한 초기 사례 중 하나였습니다.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이 과정에서 저희 스스로 콜로타입의 표현 가능성을 재발견하게 되었다는 점이었죠. 콜로타입이 사진도, 기존의 판화도 아닌 독자적인 표현 형식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실감한 프로젝트였습니다.
돌이켜보면 이 작업은 단순히 작품 하나를 완성한 것 이상의 의미를 지녀요. 콜로타입을 문화재 복제 기술에서 현대 예술 매체로 바라보는 시각의 큰 전환점이었고, 이후 다른 작가들과의 협업과 하리반 어워드로 이어지는 새로운 도전의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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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메르 연구》 콜로타입 에디션. ©Yasumasa Morimura, Benrido Inc.
콜로타입이 앞으로 어떻게 살아남기를 바라시나요? 콜로타입의 가치가 계속 전해지기 위해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세요?
콜로타입의 미래를 생각할 때, 기술 자체의 보존이 궁극적인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기술적 지식을 전수하는 것은 중요하죠. 그러나 아무리 뛰어난 기술이라도 사람들이 더 이상 사용하지 않게 된다면, 결국 그 의미를 잃게 돼요. 저희가 진정으로 보존하고 싶은 것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작가들이 이 매체로 작업하고 싶어지게 만드는 콜로타입의 독자적 특질입니다.
그것은 사진이 물성을 지닌 오브제로서 존재하는 감각, 안료와 종이가 만들어내는 풍부한 질감, 사람의 손이 만들어내는 미묘한 차이, 그리고 작품을 오랜 세월 보존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이러한 특질은 디지털화가 심화될수록 오히려 중요해진다고 느껴요.
그렇기 때문에 콜로타입을 과거의 기술로 보존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동시대의 작가와 사진가들이 실제로 사용하고, 새로운 표현을 계속해서 탐구해 나가야 합니다. 콜로타입의 미래는 보존과 창조 모두에 있다고 생각해요. 문화유산을 미래로 이어나가는 기술임과 동시에, 아직 아무도 본 적 없는 표현을 만들어낼 수 있는 매체이기도 하죠. 백 년 후에도 콜로타입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단순히 기술이 보존되었기 때문이 아닐 거예요 그 시대의 작가들이 콜로타입을 필요로 하고, 계속해서 사용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저희는 그것이 가능한 환경을 만들어 나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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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와 충분한 논의를 거치는 벤리도 장인들. ©Nomura Sakiko, Benrido Inc.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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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eference Note
- 백 년 후에도 콜로타입이 존재한다면, 그 시대의 작가들이 여전히 이 기술을 필요로 하기 때문일 거라는 벤리도의 말이 오래 남습니다. 기술을 살아남게 하는 건 결국 사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 다음 호에서는 소유하기 전부터 오래 남았던 것들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강강훈 작가의 〈BLUE DANUBE〉가 소장으로 이어지기까지, 이성주 디렉터의 네 번째 스몰 컬렉터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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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안의 미로》
장-미셸 오토니엘 개인전
F1963 석천홀
2026.8.28 - 12.31
현대 미술의 거장 장-미셸 오토니엘의 국내 최대 규모 개인전. 미공개 신작부터 시그니처 유리 조각까지, 100여 점의 명작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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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셸 오토니엘: Jean-Michel Othoniel』
이안북스, 2024
₩ 75,000
장-미셸 오토니엘의 작품세계 전반을 다룬 국내 유일 작품집. 서울시립미술관 개인전 《장-미셸 오토니엘: 정원과 정원》을 기념하여, 이안북스가 발간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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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는 어떤 의미인가요?
‘참조하라’는 뜻의 더레퍼런스 뉴스레터 약자입니다
아티스트처럼 세상을 발견하고 탐색하고 공유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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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레퍼런스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24길 44, 2F T. 070-4150-3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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