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모든 것을 참조하세요. CC NOW CC ME! © Naonori Katoh
"잡지는 곧 일상이에요. 늘 있는 일, 내가 해야 할 일, 내 생활에 가까운 그런 존재예요."
- 가토 나오노리, Neutral Colors 편집자 겸 발행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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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자 님은 종이 잡지를 한 권 펼쳐 들고, 페이지를 넘길 때 느껴지는 감각을 좋아하시나요? 이번 호에서는 종이 매체를 사랑하고, 그 안에서 새로운 감각을 만들어 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해 보려고 해요. 요즘은 전자책, 화려한 영상, 짧고 강렬한 쇼츠 콘텐츠가 넘쳐나는 시대죠. 그런 가운데 종이로 무언가를 만든다는 건 점점 더 번거롭고, 품이 드는 일이 된 것 같아요. 때로는 애물단지처럼 여겨지기도 하고요. 그렇지만 손끝에서 느껴지는 종이의 질감은 딱딱하고 차가운 스크린으로는 결코 전할 수 없는 감각이라고 생각해요. 무엇보다, 어쩌면 철 지난 방식이라서 더 자유롭게, 더 다르게 무언가를 시도해 볼 수 있다는 것. 저는 그게 종이의 힘이라고 믿어요.
작년 도쿄아트북페어(TABF)에서 만난 가토 나오노리(Naonori Katoh) 씨도 그런 사람이에요. 여전히 묵묵히, 단단히 종이를 다루며 이야기를 전하고 있죠. 가토 씨는 일본에서 오프셋 인쇄에, 세심한 수작업이 필요한 리소그래피를 결합해 독특한 잡지 《Neutral Colors》를 만들고 있어요. 알록달록한 색감과 지면을 가득 채운 사진, 그리고 다정하게 말을 거는 듯한 텍스트에서 절대 허투루 다룰 수 없는 장인의 솜씨가 고스란히 느껴질 정도랍니다.
도쿄에서 보내온 독립 출판 이야기. 오늘의 주인공은 잡지를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전하는 가토 나오노리 씨입니다.
from 에디터 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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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셋과 리소그래피: 도쿄에서 이상한 잡지를 만들고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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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utral Colors》 5호 가제본. © Naonori Katoh
《Neutral Colors》에 대해 소개해 주시겠어요?
개개인의 목소리를 담아 전하는 연간 앤솔로지 출판물이에요. 편집자와 그래픽 디자이너가 현장을 다니며 분위기를 느끼고,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의 목소리를 표현하죠. 그들의 대화와 마음속 풍경에 응답하는 잡지예요. 디지털 미디어에 흩어져 사라져 가는 이야기를, 물성으로 존재하는 책의 형태로 소환하는 것이죠. 누군가에서 출발해 또 다른 개인들로 확장되는 과정은 유형의 물질인 책이 그 소통의 매개가 되는 과정인 셈입니다.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방식으로서 오프셋 인쇄를 하는 동시에 수작업을 통해 자유로운 디자인과 소재 탐구가 가능한 리소그래피 인쇄를 활용해요. 인쇄 부수는 5,000부예요. 경제적으로 지속할 수 있을 정도의 중규모 수준이죠.
오프셋과 리소그래피의 조합은 그렇게 탄생하게 된 거였군요. 여러 가지 인쇄 방식 중에서도 그 두 가지를 골라서 어떠한 효과를 강조하려고 했나요?
처음에는 전부 실크스크린으로 인쇄할 생각이었어요. 실크스크린으로 만드는 인도의 타라북스(Tara Books) 그림책에 완전히 매료되었거든요. 그때는 200쪽 분량의 잡지 5,000부를 실크스크린으로 인쇄하는 일이 얼마나 힘든 건지 몰랐어요. 어쨌든 대량 생산된 책 속에 수작업의 흔적을 꼭 남기고 싶었어요. 그렇게 알게 된 게 리소그래피예요.
리소그래피 인쇄는 천연 성분의 잉크를 사용하는 데다, 전력 소비도 낮죠. 환경적인 동시에, 실크스크린처럼 공판 인쇄라는 점에서도 마음에 들었어요. 오프셋 인쇄와 함께 사용한 이유는 색의 혼합 효과 때문이에요. 오프셋 인쇄로는 비용이 많이 드는 형광 잉크를 리소그래피로 표현할 때, 독자들은 “어떻게 이런 인쇄가 가능한 거지?”라며 놀라워해요. 시각적인 효과와 수작업의 형태를 강조할 수 있는 혼합 인쇄 방식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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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소그래피 인쇄물 더미. 특유의 풍부한 색감과 빈티지한 질감이 특징이다. © Naonori Katoh
기획부터 취재, 편집, 인쇄, 제작의 전 과정을 직접 진행하나요? 가토 씨의 ‘종이 매체’에 대한 철학이 듣고 싶어요.
개인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요. 상업주의를 거부하고요. 또, 사회적인 이야기를 담아요. 보편성에 집착하지 않고, 새로운 세대를 포용합니다.
1호에서는 ‘인생과 인도’를, 2호에서는 가토 씨의 아이가 ‘처음 학교에 가는 날 아침’을 이야기했어요. 다른 호에서는 ‘잡지를 만드는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또 ‘언어’를 다루기도 했고요. 다루는 주제들이 항상 가토 씨의 일상을 그리거나 그와 관계된 것 같아요.
개인적인 것이야말로 가장 창의적이라고 생각해요. 개인의 관심사를 사회라는 거울에 비춰 바라보면, 나아가야 할 길이 보이기 시작하죠. 개인적인 동시에 사회에 영향을 주고 그와 연결된 방향을 지향하고 싶어요.
잡지에는 취재 대상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직업과 사는 곳이 제각각이고 사연이 다채로워요.
주제에 맞춰 우선 가까운 사람부터 떠올려요. 나 자신, 부모님, 연인, 친구 등 가까운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확장해 나갑니다. 단지 유명하다는 이유만으로 멀리 있는 취재 대상을 찾아가는 일은 하지 않아요. 그런 식으로 기획에 맞는, 개인의 이야기를 가진 사람을 찾아 대화를 나누고, 그 이야기로 어떤 지면을 구성할 수 있을지 구체화해요. 그리곤 글을 쓰죠. 글에서는 시각적인 디자인을 구상해요. 이때 작업은 그래픽 디자이너의 몫입니다. 디자인을 놓고는 인쇄 방식을 고민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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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본소의 마감 풍경. 잡지 하나를 만드는 데에는 여러 사람의 손이 모인다. © Naonori Katoh
함께 작업하는 아트 디렉터 가노 다이스케 씨와는 어떻게 만나게 되었나요? 조판과 구성, 디자인 방향에 대해서는 어떤 식으로 논의해 나가는지도 이야기해 주세요.
만남의 계기는 단지 우연히 옆에 있었다는 이유 때문이에요. 서로 나이 차이가 꽤 납니다. 저는 40대 후반이고, 가노 씨는 30대 초반이니까요. 처음에는 리소그래피를 함께 작업하면서 관계를 다졌어요. 디자인 방향에 제가 일절 관여하지 않는다는 건, 그에 대한 신뢰를 보여 주는 방식입니다. 특집과 편집 방향을 정하는 일도 둘이서 함께해요. 취재도 항상 동행합니다. 현지에서 느낀 것과 서로 나눈 대화들이 디자인에 반영될 거예요. 디자인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아요. 그에게 전적으로 맡기고 있습니다.
이전에도 다른 잡지들을 만들었다고 들었어요. 오랜 시간 이 일을 해왔으니 종이 잡지에 대한 어려움을 너무나 잘 아실텐데, 그럼에도 계속해서 잡지를 만드는 동력은 어디서 얻나요?
잡지는 곧 일상이에요. 늘 있는 일, 내가 해야 할 일, 내 생활에 가까운 그런 존재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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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에 진열된 실크스크린 도구와 지금까지 제작한 출판물. © Naonori Katoh
종이에 대한 연구도 많이 하시나요? 주로 어떤 종이를 선택하고, 그걸 어떤 방식으로 활용하나요?
종이 가격은 점점 오르고, 그 종류도 점점 줄어들고 있어요. 종이는 산업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쉽게 바꿀 수 없는 부분이에요. 그래서 사용할 수 있는 종이들을 골라서 오프셋 인쇄든 리소그래피든 페이지마다 다른 인쇄 방식을 적용해요. 선택지는 줄어들고 있지만, 디자이너가 손으로 만졌을 때의 촉감이나 질감, 넘길 때의 감각 등을 세심하게 살펴 결정하고 있습니다.
출판물 말고도 수작업으로 만든 제품들을 판매하는 걸로 알아요. 예를 들어, 모치즈키 제본소와 협력해 제작한 북스탠드처럼요. 이런 제품은 어떤 과정을 거쳐 제작되는 건가요?
출판물을 제작할 때 생기는 폐지나 반품된 책을 재활용해 또 다른 제품을 만들고 있어요. 북스탠드도 그중 하나입니다. 인쇄소나 제본소에서 버려지는 여분의 종이를 수거한 다음 모치즈키 제본소로 가져가 기장님과 논의하며 북스탠드 형태로 가공해 만들었어요. 원래는 버려질 재료가 장인의 기술력으로 새롭게 탄생한 거죠.
이 시도에는 두 가지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재활용을 실천하는 것, 두 번째는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제본 장인의 기술력을 알리는 것이에요. 그 외에도 웹사이트에서 다양한 제품을 소개하고 있어요. 필통, 노트, 엽서 세트 등이 있고, 잡지를 만들 때마다 새로운 제품이 추가되곤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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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가 보이도록 놓을 수 있는 북스탠드. 아기자기한 패턴의 인테리어 소품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 Naonori Katoh
마지막 질문입니다. 《Neutral Colors》 이후로 구상하고 있는 작업이 있나요?
독립 출판을 하는 사람들의 책을 모아서 서점을 만드는 것이 다음 목표입니다. 제작자는 외로운 존재예요. 만들 때는 누구보다 열의를 갖지만, 제작물을 판매할 때 그리고 그것이 팔리지 않을 때면 상당히 불안하죠. 이 작업을 계속 이어 나가기 위해서는 서로가 비슷한 고민을 나눌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느슨한 연결을 통해 연대하고 싶어요. 그 바탕에는 지속하는 것이 어렵다는 생각이 있다는 뜻이겠죠. 제가 생각하는 서점은 단순히 책을 사고파는 장소만은 아니에요. 교류가 생기면 좋겠어요. 해외에서 찾아온 사람들도 자기가 소유한 책을 두고 가거나 교환하는 공간이 된다면 더 좋겠어요. 서점이 문화나 도시의 허브가 되는 것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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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w to Book in Japan(영문판)』
NEUTRAL COLORS, 2024
₩ 25,000 |
NC washi(종이묶음)
NEUTRAL COLORS
₩ 28,0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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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리얼, 써리얼⟫은 더레퍼런스가 기획한 동시대 사진에 관한 국제 교류 프로젝트의 첫 장입니다. 전시는 ‘Chapter’ 형식으로 구성되어, 1장은 전시로, 2장은 아트북과 프로젝션으로 이어집니다. 두 번째 장 ⟪뉴-픽쳐스 New-Pictures⟫는 2025년 6월, 또 다른 방식으로 펼쳐질 예정입니다.
불확실한 세계 속에서 사진이 우리에게 건네는 질문들을 함께 바라봐 주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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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리얼, 써리얼 So-real, Surreal》
참여작가 치가 켄지, 조문희, 송상현, 스즈키 노조미 기간 2025.5.16(금) - 6.15(일)
장소 더레퍼런스(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 24길 44)
주관∙주최 더레퍼런스
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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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는 어떤 의미인가요?
‘참조하라’는 뜻의 더레퍼런스 뉴스레터 약자입니다
아티스트처럼 세상을 발견하고 탐색하고 공유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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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레퍼런스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24길 44, 2F T. 070-4150-3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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