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모든 것을 참조하세요. CC NOW CC ME! ©프란츠
"슈베르트의 음악에는 시간을 초월한 세련됨과 누구에게나 감동을 안겨 주는 보편적 아름다움이 공존하죠. 프란츠의 지향점과도 맞닿아 있어요."
- 김동연, 음악 전문 출판사 프란츠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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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이란 오랫동안 꾸준히 인정받고 사랑받아 온 것을 말해요. 세상엔 아름답고 멋진 것이 참 많지만, 그중에서도 수십 년, 수백 년간 변함없이 사람들이 찾는 것—그게 바로 클래식의 힘이에요.
오늘 소개할 음악 전문 출판사 ‘프란츠’는 19세기 오스트리아의 작곡가, 가곡의 왕이라 불리는 ‘프란츠 슈베르트’의 이름에서 따왔어요. 슈베르트는 31세의 짧은 생애 동안 600곡이 넘는 가곡을 남겼고,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선율로 지금까지 많은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어요. 생전에는 음악을 사랑하는 친구들과 함께 ‘슈베르티아데(Schubertiade)’라는 소모임을 열어 밤을 지새우며 연주하고 예술을 이야기했어요. 이런 모임은 두 세기가 지난 오늘날에도 같은 이름으로 이어지며, 전 세계 음악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답니다.
출판사 프란츠도 마찬가지예요. 시대와 유행을 넘어서, 언제든 꺼내 읽고 다시 찾아볼 수 있는 책을 만들고 있죠. 악보 없는 음악 이야기로 독자를 만나고, 음악에서 확장된 다양한 예술 활동으로 함께하는 프란츠. 김동연 대표를 만나, 프란츠가 전하는 책과 음악 이야기를 들어 볼까요?
from 에디터 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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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나도 아름다운 것들, 프란츠의 책과 음악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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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대표 ©프란츠
2015년 설립 이후 2017년 첫 책을 발행하고, 지금까지 열 권이 넘는 책이 모였습니다. 프란츠의 지난 여정을 돌아보면 어떤 감회가 느껴지나요? 힘든 고비도 있었지만, 언제나 프란츠를 만들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했어요. 빠른 템포는 아니었어도 하나 하나에 공을 들여 왔다는 것만큼은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고요. 인생의 가장 큰 즐거움과 행복을, 프란츠를 운영하며 느끼는 것 같아요.
프란츠는 작곡가 ‘프란츠 슈베르트(Franz Schubert)’에서 따온 이름이라고 들었어요. 그 이름으로 프란츠가 보여 주고, 나아가고 싶은 지향점이 무엇이었나요?슈베르트의 음악에는 시간을 초월한 세련됨과 누구에게나 감동을 안겨 주는 보편적 아름다움이 공존하죠. 프란츠의 지향점과도 맞닿아 있어요. 또 ‘프란츠’라는 이름을 가진 예술가가 많다는 점, 그래서 ‘각자의 프란츠’로 기억되는 것도 근사하겠다 싶어서 그 이름에 더 마음이 가기도 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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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츠
음악 중에서도 ‘클래식’이에요. 클래식이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어려운 것, 생소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요즘은 그런 장르를 좀 더 쉽게 접할 수 있는 채널이 늘었지만요. 그래서 ‘음악 책이지만, 음악을 연주하지 않는 음악 이야기’라는 점이 독자들에게 크게 어필될 것 같습니다. 실은 꼭 클래식 음악만을 고집하는 것은 아니고 다양한 장르에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어요. 물론 클래식 음악은 접근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요. 책으로 작품이나 작곡가의 배경, 혹은 작법에 대해 읽는다면 음악에 다가가는 데 훨씬 도움이 됩니다. 그런 점 때문에 클래식 음악에 대한 책들을 연이어 펴내기도 했고, 계속 관심을 갖고 있어요. 프란츠에서 만든 책을, 클래식을 애호하는 분들이 좋아해 주시고 반겨 주시는 것이 큰 힘이 되기도 합니다. 앞으로 클래식 관련 도서도 꾸준히 내겠지만, 기회가 된다면 대중음악이나 국악과 관련한 좋은 책도 만들고 싶어요.
그렇다면 클래식 음악은 ‘어떤 음악이다’라고 소개하고 싶나요? 요즘 나뭇잎 색이 너무 예쁘잖아요. 저는 클래식 음악이 ‘자연과 가장 닮은 음악’이라고 표현하고 싶어요. 특히 나무를 손으로 깎아서 만든 악기들의 울림을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자연의 아름다움이 떠오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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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츠
눈에 보이지 않는 음악을 물성이 있는 책으로 만드는 데 매력을 느끼신다고 들었어요. 하지만 그 아름다움을 물성으로 표현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겠지요? 사실 좋은 책은 꼭 좋은 표지가 없더라도, 그 내용만으로 충분합니다. 그래서 무게감 있는 내용일수록 책 디자인이 심플해야 좋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책은 대체로 자그마하고, 한 손으로 잡을 수 있잖아요. 네 모서리가 직각이니 모양도 딱 떨어지죠. 이왕이면 프란츠의 책을 ‘갖고 싶은 오브제’로 만들고 싶어요. 같은 직각이어도 어떤 판형을 선택할지, 같은 초록색이어도 어떤 느낌의 초록색인지, 인쇄를 할지 색지를 쓸지 천으로 감쌀지……. 선택지가 워낙 많다 보니 출판사의 취향, 디자이너의 감각과 능력에 따라 결과물은 천차만별이에요. 신비롭고 즐겁고 때로는 신성하게 느껴지는 그 과정들이 너무 좋고, 잘 만들고 싶습니다. 물론 아무리 아름다운 책도 그 내용이 좋지 않으면 의미가 없기 때문에 만들수록 어려운 것이 책이기도 해요.
음악을 소재로 다양한 굿즈도 만드시죠? 계속해서 추가되는 굿즈들을 보면 발행되는 책이 늘어나는 것과는 또 다르게, 음악에 정말 많은 애정을 쏟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근 제작한 굿즈들 자랑 한번 해주세요. 굿즈 디자인은 제가 직접 하는 경우가 많아요. 폰트의 미세한 크기나 요소의 배치 등을 제 눈에 이상적인 모습으로 만들기까지 꽤나 긴 시간이 걸립니다. 최근에 공들인 것은 30cm ‘바흐의 자’예요.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그린 여러 악보 중에서 1802년 취리히에서 출간된 판본을 다듬어 자에 새겼습니다. 배경지 상단은 오래된 책등처럼 디자인해서, 자를 더 돋보이게 만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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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츠에서는 음악을 소재로 다양한 굿즈를 만들고 있다. ©프란츠
2019년부터 실제 생활하시던 공간을 개방해 ‘아파트먼트 프란츠’를 운영하고 있죠. 책을 통해 펼치는 활동 그 이상으로, 궁극적으로 원했던 프란츠의 음악 세계가 실현된 걸까요?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김에 같이 듣고, 느끼고, 공부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시작한 일이에요. 한편으론 프란츠가 추구하는 취향을 공간을 통해 보여 드리고 싶었는데, 공간을 찾은 분들이 좋아해 주시다 보니 모임이나 강연, 하우스 콘서트 등 이런저런 것들을 즐겁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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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츠의 취향으로 가득한 아파트먼트 프란츠에서는 감상 프로그램과 북토크가 열린다. ©프란츠
10년이 지나도 찾아 읽을 수 있는 책을 만들겠다는 프란츠의 방향성은 시간이 지나도 사랑받는 클래식과도 맞닿는 지점이 있는 것 같아요. 클래식 음악을 요즘의 시대에 맞춰 즐기는 방법이 있을까요? 클래식 음악을 스마트폰으로 언제든 혼자 보고 들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요즘의 시대에 맞춰 즐기는 방법인 것 같아요. 이런 음악을 만들던 시대에는 눈앞에 연주하는 사람이 없다면 음악을 들을 수 없었으니, 지금과 같은 감상 방식은 이전엔 상상조차 할 수 없던 일이죠. 그렇다면 지금의 기술을 적극 활용해서 빅데이터로 추천받은 음악을 듣는다든지, 관심이 가는 연주자나 작곡가의 카테고리를 파고드는 방법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단행본 출간, 굿즈 제작, 공간 운영에 이르는 단계를 하나씩 밟고 있는 프란츠의 다음 단계가 기대됩니다. 프란츠가 계획하는 앞으로의 방향을 듣는 것으로 마지막 질문 마치겠습니다. 『나의 이브 생 로랑에게』를 통해 예술 영역으로 책의 범위를 넒히려는 시도는 이미 했지만, 내년쯤부터는 조금 더 본격적으로 영역을 넓히기 시작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프란츠 활동의 가장 큰 중심은 늘 음악이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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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 숲의 노트』
시미언 피즈 체니 Simeon Pease Cheney
프란츠, 2022
₩ 19,800 |
바흐의 자
아크릴, 314x46mm
프란츠, 2025
₩ 11,0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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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는 어떤 의미인가요?
‘참조하라’는 뜻의 더레퍼런스 뉴스레터 약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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