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모든 것을 참조하세요. CC NOW CC ME! “물리적 공간이 만들어내는 경험과 관계는 여전히 중요하게 남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 임경용, 더 북 소사이어티 및 미디어버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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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수동에서 합정동, 통의동을 지나 옥인동까지. 더 북 소사이어티가 이어온 시간은 어느덧 20여 년에 이릅니다. 서점이자 프로젝트 공간으로서, 책을 판매하는 것을 넘어 출판과 디자인, 예술 전반을 잇는 폭넓은 네트워킹의 장을 만들어온 곳이지요. 문화 생산자에게는 새로운 실험의 플랫폼이 되고, 독자에게는 낯선 영감과 사유의 계기를 건네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특히 독립 출판과 아티스트 북을 중심으로 한 큐레이션, 전시와 출판, 프로그램이 유기적으로 맞물리는 운영 방식은 더 북 소사이어티만의 고유한 결을 만들어 왔는데요. 이곳에서 책은 단순한 결과물이 아니라 하나의 흐름을 만들고, 관계를 맺고, 또 다른 연결을 확장시키는 출발점으로 작동합니다.
온라인 플랫폼과 디지털 매체가 일상이 된 시대에도, 더 북 소사이어티는 책이라는 매체와 물리적 공간으로서의 서점이 지닌 가능성을 꾸준히 실험해오며, 그 시간이 쌓아온 고민과 선택은 오늘의 더 북 소사이어티를 만들고 있습니다.
이번 CC NOW에서는 임경용 대표를 통해 지금의 활동과 방향, 그리고 앞으로의 이야기를 함께 들어보려 합니다.
from 더레퍼런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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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만들고 사람을 만나요, '더 북 소사이어티'라는 방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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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문을 연 더 북 소사이어티 회현점.
더 북 소사이어티는 서점을 넘어 하나의 문화적 거점처럼 느껴집니다. 20여 년의 시간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고유한 역할이 있었기 때문일 텐데요. 그동안 서점을 운영하며 어떤 방향성과 철학을 설계해오셨는지 궁금합니다.아무래도 출판사 미디어버스를 시작했고, 우리가 만든 책을 유통할 목적으로 서점을 열었기 때문에 서점의 근간에는 출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종의 출판 실천으로서 서점인 셈이지요. 그래서 저는 서점을 책을 매개로 사람과 작업이 만나는 장으로 바라봤어요. 동시대 예술출판에 집중하면서, 국내외 출판 분야와 관련 작업을 연결하고 그 흐름을 소개하는 역할을 지향했고요. 서점을 열었을 때만 해도 그와 유사한 공간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책을 판매하는 것만이 아니라, 전시나 프로그램, 대화의 자리를 함께 만들면서 예술출판이나 독립출판 문화를 소개하는 데 집중했어요.
더 북 소사이어티가 생각하는 오프라인 공간의 역할은 무엇인가요? 물리적 공간의 서점들이 점점 축소되거나 또다른 성격으로 변화하는 흐름 속에서 어떠한 역할로 어떠한 경험을 제공하길 원하는지 궁금해요.필요한 대부분의 정보와 책을 온라인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상황에서 오프라인 공간은 분명 다른 역할을 가져야 하겠죠. 여러 역할이 있을 것 같은데, 우리는 특정한 책을 구입하기 위해 방문하는 공간이라기보다, 머무르는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한 책이나 작업을 발견할 수 있는 곳이기를 바랍니다. 3월 말, 회현점을 새로 오픈하면서 ‘브라우징 브라우징 브라우징(Browsing Browsing Browsing)’이라는 프로젝트를 기획했어요. 우리가 판매했던 책들의 브라우징 카피를 전시하고 판매하는 기획이에요. 브라우징을 통해 우연히 연결되는 경험, 그리고 그 안에서 만들어지는 관계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 경험이 가능한 공간으로 기억되면 좋겠습니다.
한편으로는 출판사에서 운영하는 서점이라는 점도 흥미로워요. 출판과 서점 운영이 서로 어떤 영향을 주고받나요? 출판과 서점은 분리된 영역이라기보다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구조에 가깝습니다. 저희가 출판한 책을 실제로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확인할 수도 있고, 서점에서의 경험이 새로운 출판 기획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생산과 유통, 그리고 읽기가 하나의 흐름 안에서 작동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 흐름이 단순히 책을 만들고 판매하는 관계로 이어진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책을 판매하기 위해 만든다고 생각하지도 않고요. 그 사이에는 훨씬 다양한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느낍니다.
누군가는 나누기 위해 책을 만들기도 하고, 어떤 경우에는 증정이나 교환의 형태로 유통되기도 합니다. 서점을 운영하다 보면 이런 다양한 출판의 양상을 직접 마주하게 됩니다. 대형 출판사나 대형 서점에서는 쉽게 경험하기 어려운 장면들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 자신이 만든 진을 그냥 두고 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것은 단순한 입고나 판매와는 다른 종류의 교환이겠죠. 이런 행위의 동기를 정확히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그런 장면들을 통해 책과 출판이 만들어내는 관계가 단순한 거래 이상의 것이라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예상하지 못한 연결이나 흐름이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이런 부분 때문에 출판을 계속 고집하게 되는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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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북 소사이어티 회현점에서 진행한 크리스 로 북토크.
해외 북 페어에 꾸준히 참여하며 국내외 출판인과 아티스트를 연결해오셨는데요. 이러한 경험이 더 북 소사이어티의 공간 운영과 큐레이션에는 어떻게 이어지고 있나요? 해외 북페어는 다른 출판사나 작업자들과 직접 만나고 관계를 만드는 자리예요. 그 과정에서 접한 작업이 이후 더 북 소사이어티의 큐레이션이나 프로그램에 자연스럽게 반영돼요. 외부에서 형성된 흐름을 다시 공간 안으로 가져오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지요. 다양한 지역의 북페어를 다니다 보면 결국 사람을 만나게 돼요. 그 만남을 통해 동시대 소규모 출판이 어떤 조건에서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가까이에서 보게 되니 개인적으로도 많은 영향을 받아요. 그러다 보니 단순한 네트워크를 넘어서, 조금 더 사적이고 지속적인 관계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돼요. 물론 서로 비슷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각자의 자리에서 의미 있는 작업을 하고 있다는 전제가 필요하지만요.
2025년에 진행했던 북북(BookBook) 페스티벌은 이러한 경험에서 출발한 시도였어요. 이렇게 쌓인 흐름과 관계를 다시 지역 안으로 가져오고, 서로 다른 조건에서 작업하는 출판사들이 직접 만나 교류하는 자리를 만들고자 했거든요. 아시아 지역의 독립 출판을 중심으로 각자의 환경과 실천을 공유하고, 일회성 만남이 아니라 이후의 연결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를 고민했죠. 또한 지금 지나치게 블록버스터화되는 아트북페어에서 작은 모델을 제안해보고 싶었어요. 수백 개의 출판사가 참여해서 어떤 책이 있는지 다 볼 수도 없는 그런 페어가 아니라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교류하고 각자의 작업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 싶었어요.
그렇게 더 북 소사이어티로 자리를 옮겨 여는 프로그램들은 어떤 흐름으로 확장될 수 있을까요? 북토크나 프로그램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결국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지 않고 이후의 연결을 만들어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실제로 프로그램을 통해 만난 사람들이 이후에 다시 협업하거나, 새로운 출판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었어요. 이처럼 소비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후의 흐름을 만들어내는 구조가 되기를 기대해요. 최근 들어 북토크나 관련 프로그램을 하는 곳이 많아져서 더 북 소사이어티는 주로 해외 작가나 해외 출판사의 프로그램을 위주로 진행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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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적으로 만들어지고 유통되는 진과 전시 리플렛을 전시한 '책등 없는 존재들' with '수건과 화환'
공간, 특히 책이 있는 공간을 운영하기란 결코 쉽지 않기에 예술 서점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고민이 따를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더 북 소사이어티가 생각하는 ‘지속 가능한 서점’의 형태는 무엇인가요? ‘지속 가능한 서점’이라는 질문 자체에 대해 생각해 보면, 지금과 같은 출판 환경에서 물리적인 서점을 유지하는 것을 하나의 목표로 보지는 않아요. 그렇다고 해서 물리적 공간이 중요하지 않다는 소리는 아닙니다. 오히려 여전히 중요하다고 느끼죠. 주변에서 서점들이 문을 닫는 상황을 보면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안타까워요. 하지만 그것을 특정한 실패나 잘못된 선택의 결과로 보고 싶지는 않아요. 지금의 출판 환경 자체가 이미 많은 변화를 겪고 있고, 그 안에서 각자 다른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더 북 소사이어티를 운영하면서 ‘지속 가능해야 한다’는 생각을 전면에 두고 있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오히려 그때그때 가능한 방식으로 공간을 운영했고, 그 과정에서 어떤 형태로든 이어져 왔다고 보는 편이 더 가까워요. 그래서 앞으로의 형태에 대해서도 명확한 답을 가지고 있다기보다는, 계속해서 조건을 살펴보면서 조정해 나갈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다만 그 과정에서도 물리적 공간이 만들어내는 경험과 관계는 여전히 중요하게 남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지속 가능한 서점에 대한 답은 없지만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지속 가능한 조건과 구조를 설정하고, 그 안에서 자신의 실천을 계속하면 될 것 같아요. 크고 멋진 공간만 서점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겠죠. 아주 작은 공간, 혹은 어떤 공간 안에 기생하는 방식으로도 얼마든지 서점을 운영할 수 있어요. 필요하다면 다른 사람들과 협업을 할 수도 있을 것 같고요.
사실 더 북 소사이어티도 서촌점을 유지하기 위해서 지금 패션 브랜드와 협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전혀 다른 정체성을 가진 두 개가 모여서 어떠한 효과를 낼 수 있지 않을까요? 패션 브랜드도 매우 창조적인 곳이지만, 출판과 상관없는 곳이 지속 가능한 모델을 만들 수 있을지 저도 궁금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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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영,무제, oil on canvas, 24.2×24.2cm, 2024
이번에 새로 문을 연 회현점은 서촌점과는 다른 성격의 공간으로 운영되는 걸까요? 회현을 선택하게 된 배경과 앞으로 운영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회현점은 단순한 이전이라기보다, 여러 조건이 겹쳐 만들어진 선택이었어요. 서촌 공간이 물리적으로 협소해지면서 더 이상 기존 방식으로 운영하기 어려운 지점이 있었고, 그 한계를 넘기기 위해 새로운 공간을 찾게 되었어요. 동시에 회현, 특히 남대문 시장이라는 지역이 가진 맥락도 흥미롭게 느껴졌어요. 오래된 상업의 흐름과 다양한 물류, 사람들이 교차하는 장소라는 점에서, 책과 출판이 놓일 수 있는 또 다른 조건을 상상해 볼 수 있었어요.
운영 방식에도 변화가 있습니다. 회현점은 일정한 주기를 두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운영해 보려고 해요. 대략 한 달 단위로 하나의 주제를 설정하고, 그에 맞는 전시와 서점 구성을 함께 만드는 방식이에요. 텍스트 중심의 기획을 선보이는 ‘수건과 화환’과 진행한 프로젝트나 ‘브라우징 브라우징 브라우징’이 그 시작이었고, 이후에는 현실문화연구와 워크룸프레스를 초대해 한국 예술출판의 흐름을 다시 살펴보는 자리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결국 저희 운영 방식을 실험해 보는 장소로 기능하게 될 것 같아요.
앞으로 더 북 소사이어티가 만들어 가고 싶은 공간의 다음 장은 무엇인가요? 그 안에서 어떤 사람들과 어떤 흐름이 이어지길 바라시는지도 궁금합니다. 지금까지 말씀드린 내용을 통해 어느 정도 짐작하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저희는 스스로를 일종의 ‘반(反) 공간’, 그리고 ‘반(反) 커뮤니티’라고 생각해요. 제 기질상 고정된 것을 선호하지 않는 면도 있고, 의도적으로 어떤 정체성에 기반한 커뮤니티를 만들고자 한 적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시간이 지나며 자연스럽게 어떤 경향이 생기고, 취향이 모이고, 관계와 친구들이 생겨났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곧 더 북 소사이어티의 정체성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오히려 이상적으로는 끊임없이 새로운 것이 유입되고, 또 흘러나가며, 하나의 고정된 정체성에 머물지 않는 움직임 자체가 되었으면 합니다. 특정한 이름이나 성격으로 규정되기보다, 계속해서 변화하고 순환하는 어떤 흐름에 가까운 공간이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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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는 어떤 의미인가요?
‘참조하라’는 뜻의 더레퍼런스 뉴스레터 약자입니다
아티스트처럼 세상을 발견하고 탐색하고 공유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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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레퍼런스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24길 44, 2F T. 070-4150-3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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